[잡담]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서른살 기자]좌충우돌 취재일기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가 없다. 놀란 마음에 고민하던 중 주머니에 있던 영수증 한 장을 발견. 너무 매끈한 이 종이에 주름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 양손으로 비벼본다. 너덜너덜해진 영수증. 한 뼘도 안 되는 사이즈의 영수증을 바라보는 복잡한 내 마음


현재 내 기분이 바로 그렇다. 닦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기분이다. 내일인지 그 다음날인지 알 수 없는 발표만을 앞두고 머리가 복잡하다. 혼란스럽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서 그런지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차라리 지난주처럼 정신없이 바쁘면 좋으련만. 한가하니 더 마음이 울렁댄다. 마음아 진정해다오. 이렇게 외쳐도 소용없이 심장은 뛰고 심장이 끝없이 움직이니 산소는 모자라고, 숨이 차오른다. 헉헉헉... 어느 쪽이든 좋으니 결론이 빨리 나길 바란다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나를 옥죄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시계만, 달력만 바라본다.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시간은 항상 일정하게 흐르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흐른다. 지금은 똑같은 3분을 느리게 걷고 있고, 아마 몇일 뒤엔 3분이 지금보다 더 느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보도자료] 에이즈에 관한 허와 실 [서른살 기자]좌충우돌 취재일기

오해 HIVAIDS는 같은 말?

결론적으로 HIVAIDS는 같은 말이 아니다. HIV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를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에는 면역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에이즈를 추정할 만한 질환(주폐포자충폐렴, 카포시육종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후 면역 체계가 손상되면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에 의한 감염증, 암 등의 질병이 나타나는데 이때의 증상을 에이즈라고 한다. 따라서 에이즈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개념이므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HIV 감염인으로 지칭하고 감염 후 질병이 상당히 진행되어 면역체계가 파괴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칭한다.

 

오해 에이즈 환자를 문 모기에 물리면?

HIV는 인간의 면역세포 안에서만 생존하고 증식한다. 모기가 빨아 먹은 피는 모기의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HIV가 번식하지 못하고 흡수되기 때문에 모기나 벌레를 통해서는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오해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전유물?

에이즈가 동성애자의 질병이라는 오해에는 동성애자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항문성교 시 항문 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기 쉽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가게 되므로 이성애자보다 HIV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 HIV 감염은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일어난다.

 

오해 성관계로 무조건 감염된다?

HIV 감염인과 한 번의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0.1~1%인 반면에 감염된 혈액으로 수혈을 받을 때 감염될 확률은 90%나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막연히 성관계를 통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성관계 자체의 낮은 감염 확률에도 불구하고 국내 감염자의 99%가 성관계에 의해 감염되고 있어 감염자와의 성관계는 에이즈라는 연상 작용을 하게 된다. 확률은 낮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성관계시에는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오해 출산 시 아이에게 옮길 수 있다?

주요 감염 경로 중 수직감염이라고도 하는 출산 전후 감염에는 자궁 내 감염, 출산 중 감염, 모유 수유에 의한 감염이 있다. HIV에 감염된 산모가 출산하는 경우 아이에게 감염될 확률은 25~30%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이도 약물 치료를 받지 않는 산모의 경우에 한한다. 치료를 받은 경우에 아기에게 수직 감염될 가능성은 5%로 떨어진다.


이 자료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보내온 것입니다. 


[토요판/르포] 종묘공원의 노인 성매매, 폐지 주울 바엔 할아버지와… [서른살 기자]이 기사 좋아요!

▶ 박카스 할머니’들은 자꾸 말을 붙이는 기자가 “경찰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소설가인가 싶었다”고 말하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단속의 대상이거나 호기심의 대상일 뿐인 할머니들의 낯빛은 종묘공원의 할아버지들과 이야기를 할 때 잠시나마 편안해졌습니다. 평생 고단한 삶을 살아온 할머니들이 종묘공원 밖,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실컷 얘기나 하자는 사람,
손만 잡고 있자는 사람,
씻겨달라는 사람도 있고요”
외로운 할아버지와
궁핍한 할머니의 만남을
그들은 ‘연애’라고 부른다

“할머니들이 대개 아파요
몸이 아프니까 일도 못하고
치료받아야 하는데 돈은 없고
딱해요, 다 먹고살려는 거죠
그러나 단속을 안 할 순 없고…”

가을 햇살이 투명했던 지난 10월16일 늦은 오후,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들이 빼곡히 들어찬 종묘공원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었다. 너른 공원의 중앙광장은 바둑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들의 차지였다. 100개가 넘는 바둑판을 곳곳에 깔아 놓고 하루 종일 바둑을 두거나 옆에서 훈수를 둔다. 정치 이야기를 하려면 공원 가장자리로 가야 했다. 여당 지지자들은 공원 동쪽, 야당 성향의 할아버지들은 남서쪽에서 무리를 지어 나라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종묘공원의 규칙이 배정한 할머니들 자리는 공원 밖 화단이었다. 공원 안에서는 볼 수 없던 60~70대 할머니 예닐곱명이 입구 화단에 걸터앉아 있었다. 분을 바른 얼굴에 립스틱을 바르고 아이섀도로 눈화장을 한 할머니들은 차림새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오후 5시께 해가 기울면서 우르르 공원을 빠져나가는 할아버지들을 바라보며 진주목걸이를 한 마산댁 정아무개(77) 할머니는 “오늘도 공쳤네, 공쳤어”를 연발했다.

성매매 여성의 15%가 70대 이상

마산댁을 비롯한 할머니들은 할아버지를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다. 할머니들은 호객행위를 단속하는 종묘광장관리소를 피해 공원 입구 화단에서 할아버지들을 기다린다.

이날 할머니들은 오후 1시부터 종묘공원 입구 화단에 나와 있었다. 2시가 가까워지자 종로3가역에서 종묘공원으로 향하는 할아버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몇몇 할아버지가 공원에 들어가다 말고 멈춰 서서 할머니들과 수다를 떨었다. 한 할머니는 이야기가 잘 풀렸는지 오후 2시가 채 되기도 전에 비슷한 연배의 할아버지 한 명과 나란히 종로 뒷골목으로 걸어갔다. 약수동 김아무개(73) 할머니는 “종로3가 뒷골목에 가면 5000원만 받는 여관이 많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이름 대신 별명으로 서로를 부른다. 마산댁, 약수동, 남산, 모자 할머니는 서로에게 먼저 말하지 않은 삶을 캐묻지 않는다. 모자 최아무개 할머니는 “그런 거 자꾸 묻지 말라”며 나이도 얘기해주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를 대하는 스타일은 제각각이었다. 약수동 할머니는 할아버지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다. 이것이 마지막 자존심인 듯 “지나가는 할아버지들이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라며 알아서 돈도 주고 밥도 사준다”고 새침하게 말했다. 얘기를 함께 듣고 있던 다른 할머니는 “만날 그 소리를 한다”고 약수동 할머니를 타박했다.

남산 김아무개(72) 할머니도 먼저 말을 걸지 않고 그냥 기다린다. 김 할머니는 보청기를 껴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귀가 안 좋아 대화를 꺼린다. 마산댁 할머니는 지나가는 할아버지들에게 먼저 가벼운 농을 한마디씩 던질 줄 알았다. “마산댁은 입담이 좋아 단골이 많고 돈도 잘 번다”고 약수동 할머니가 귀띔해줬다.

서울 혜화경찰서 자료를 보면, 올해 종묘공원 일대에서 단속한 성매매 호객행위 56건 가운데 60대가 28명, 70대가 7명이었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40~50대는 지하철역을 거점으로 일하고, 공원 쪽에는 할머니들이 많다”고 말했다. 종묘광장관리소의 김진수 단속반장은 “2007년에도 28년생, 23년생이 단속되기도 하는 등 70대 이상 할머니의 성매매는 오래된 일”이라며 “종로 일대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 200여명 중 15% 정도가 70대 이상 노인”이라고 추정했다.

할머니들은 운이 좋아야 하루에 한번이나 성공할까, ‘공치는 날’이 많다. “누가 우리 같은 늙은이를 좋아하겠나?” 마산댁 할머니가 말했다. “그래도 찾는 할아버지들이 있지 않냐”고 물으니 “우리는 싸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성매매를 원하는 할아버지들이 주로 찾는 곳은 공원이 아니라 인근 전철역이다. 전철역 안팎에서 40~50대 중년의 ‘박카스 아줌마’들이 전철을 타고 내린 할아버지들을 선점한다. 이 전철역 근처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많이 벌 때는 (한달에) 200만원 정도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런 소문이 난 덕인지 최근에는 40~50대 재중동포 여성들도 이 전철역으로 모여든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3년 전부터는 힘든 노동을 하다가 몸을 다친 조선족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원에서 만난 차아무개(73) 할아버지는 “젊은 여자는 최소한 3만원인데 할머니들은 2만원”이라며 “젊은 여자가 잡아끌면 모른체하고 할머니들이 잡아끌면 못이기는 척 따라간다”고 말했다. “돈이 없는 노인네가 할머니들을 찾어.”

‘5천원짜리 여관’ 대신 멀리 가는 이유

할머니들은 운이 좋아야 하루에 한번이나 성공할까, ‘공치는 날’이 많다.
“노인네는 노인네들끼리 통하지.” 종묘공원에서 만난 김아무개(75) 할아버지는 달랐다. 그는 젊은 사람보다 자기 연배의 할머니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실컷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젊은 여자들은 빨리 끝내고 가려고 해. 그런데 할머니들이랑은 실컷 떠들고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어. 집에 있으면 누가 말 걸어주나? 그냥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좋지.” 김 할아버지는 “이것이 우리 방식의 연애”라고 말했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성매매를 ‘연애’라고 불렀다. 성매매나 매춘 같은 용어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 할머니들의 일은 ‘장사’와 ‘연애’의 경계에 서 있다. 남산 김 할머니는 “여관에 가서 씻겨달라는 사람, 손잡고 그냥 같이 누워 있자는 사람, 그냥 안고 자자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한푼 보탬이 안 돼도 할아버지들의 넋두리를 귀찮아하지 않았다. 엊그제 막내 동생을 땅에 묻은 최아무개(78) 할아버지는 속상한 마음에 친구랑 대낮부터 술을 한잔 걸치고 혼자 종묘공원을 찾았다고 했다.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공원에 나와 할머니들이랑 수다나 떨다 가는 거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속상한 마음 하소연할 데도 없잖아.” 할아버지 옆에 앉은 유아무개(69) 할머니는 “많이 속상한가봐” 따위의 말을 하며 할아버지를 위로했다.

함경북도 함흥이 고향인 황아무개(81)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에 노인네가 갈 데는 여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인 먼저 보낸 게 27년 전이야. 어떻게 외롭지 않을 수 있겠어.” 그는 할머니들과 종종 ‘연애’를 한다고 했다. “여기라도 나와야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나누지. 어디 딴 데 갈 데 있으면 좀 알려줘봐.”

양복에 중절모까지 쓴 어느 80대 할아버지는 이날 선물로 받았을 법한 포장 떡 세트 하나를 가져와 할머니들에게 나눠줬다. 할머니들을 발견하고는 불쑥 오천원이고 만원이고 쥐여주는 할아버지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연애는 그리 떳떳한 것이 못 된다. “쟈는 여기 오래도 있는다. 3년 됐나? 저기 정 순경 말이야.” 멀리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복경찰이 보이자 할머니들의 말수가 줄었다. 올해 들어 종묘공원 성매매 단속이 강화됐다. 혜화경찰서 자료를 보면,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7건에 그쳤던 종묘공원 성매매 단속 건수가 올해만 56건이다. 종로경찰서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평균 4건을 단속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65건을 적발했다.

이렇다 보니 할머니들은 5000원만 내도 되는 근처 여관을 가지 못하고 멀리 종로6가 쪽에 있는 여관으로 간다. “한번 걸리면 할아버지들이 아예 안 와, 안 와.” 마산댁 할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할머니들이 자주 찾는 종로6가의 ‘ㅌ여관’ 사장은 “예전엔 가까운 여관으로 갔는데 요즘엔 단속을 피해서 이쪽으로 자주 온다”며 “할머니들이 데려오는 손님에 따라 만원도 받고 2만원도 받는다”고 했다.

“단속해서 조사해보면 할머니들이 대개 아프세요. 몸이 아프니까 일도 못하고,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는 없고…. 사정이 다 딱해요. 다 먹고살려고 나와 있는 거죠.” 혜화경찰서에서 종묘공원 성매매 단속을 맡고 있는 한 경찰은 “단속을 안 할 수는 없다”며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사람처럼 답답해했다. 경찰은 주로 호객 행위를 단속하는데, 이럴 경우 5만원가량의 벌금이 나온다. 한달에 평균 50만원가량 버는 할머니들에게 벌금 5만원은 무서운 돈이다.

가장 중요한 고리는 여성 노인의 빈곤

할머니들은 그래도 종묘공원 입구 화단으로 출근한다. 아침 일찍 나왔지만 하루 종일 공친 탓에 저녁이 되도록 쫄쫄 굶은 마산댁 할머니는 2500원짜리 짜장면을 양념까지 싹싹 긁어 먹으며 말했다. “젊었을 때 돈 많이 벌어. 늙으면 써주는 데도 없어.”

모자 할머니는 3개월 전부터 종묘공원에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일하던 식당에서 김장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친 뒤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할아버지들이 가끔 이런 일 하지 말고 자기 집에 와서 집안일이나 도우라는데 몸이 성치 않아서 이제 그런 일도 못해.”

남산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는데다 몇 해 전 늑막염 수술을 한 뒤 거동이 불편해 다른 일은 할 수 없다. 약수동 할머니는 “폐지 같은 건 하루 종일 주워봐야 몇천원 못 버는데 그걸로는 생활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할머니들에게 성매매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다.

남편은 없지만 자식이 있는 탓에 복지 혜택을 받는 것도 여의치 않다. 젊은 시절 남편과 헤어지고 반평생을 혼자 산 마산댁 할머니는 경남 마산에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격을 얻지 못했다. 마산댁 할머니의 아들은 막노동을 하다 사고를 당해 몇년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손 벌릴 수 없지.” 마산댁은 기초노령연금 9만원과 성매매로 번 돈으로 집세 10만원과 생활비를 충당한다.

남산 할머니는 직장이 없는 늦둥이 백수 아들 하나와 함께 산다. 약수동 할머니의 아들은 용돈을 보내주지만 그걸로는 매달 집세조차 내기 어렵다.

종묘공원의 ‘박카스 아줌마’를 연구한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할머니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젊은 시절 성매매 경력이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라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 성매매의 가장 중요한 고리는 노인 빈곤의 문제이며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13.5%) 중 가장 높다.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47.2%(OECD 평균 15.2%)로 남성 노인의 빈곤율 41.8%(OECD 평균 11.1%)보다 높다.

남 교수는 “실제 생활이 어렵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어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은 자신의 소득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매매로까지 내몰리게 된다”며 “부양의무자 제도를 점차적으로 축소해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선 센터장은 “고령화 대책 예산의 대부분은 병든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보험에 투입돼 건강하지만 실제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은 복지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노인들 대부분이 건강하고 활동성이 높은 현실에 맞는 고령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9842.html

[취재파일] '서류 장사' 병원 꼼수 맞다 환자들 "보험금 타도 남는 게 없다"

“선배, ‘서류 장사’ 기사 관련해서 의사라며 자꾸 항의 전화가 와서 업무를 못 보겠어요.ㅠ”

보도국 후배가 전화로 제게 항의합니다. 이메일 역시 얼굴 없는 항의글로 도배돼 있습니다. 하나씩, 한 문장씩 자세히 읽어봅니다. 의사선생님답게 점잖게 지적하는 글이 많지만 예의 없는 글도 있습니다. 일일이 다 응대해드릴 능력이 없어 ‘취재파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병원 ‘꼼수’...도 넘은 서류 장사>는 환자의 시선을 따라간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일부 의사들의 주장처럼 ‘환자 편’만 든 건 아닙니다. 2010년 5월 ‘보험금 청구 간소화 방안’을 내놓은 금융감독원을 취재했고,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 담당자도 만나봤습니다. 아, ‘의사 편’인 대한의사협회의 주장도 실었죠. 취재를 마치고 보니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환자(보험사기를 치려는 환자 말고요)들에겐 부당할 수도 있겠다’는 모호함에서 ‘부당하다’는 명료함이 도출됐습니다.

의사들 반발의 주요한 요지는 이렇습니다. 첫째, 진단서 등 ‘병명’이 들어가는 서류는 의사들의 전문적 지식이 농축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저작권 등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 둘째, 그 서류에는 의사의 이름과 면허 번호가 들어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공짜로 남발할 수 없다. 셋째, 서류 발급 비용을 환자가 낼 게 아니라 서류가 필요한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 는 것이죠.

첫 번째 주장부터 살펴보죠. 의사들의 전문성, 당연히 인정합니다. 모든 진료 과정 하나하나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혼신을 기울이는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환자들은 모든 진료 과정 즉, 의사가 병명을 진단한 뒤부터 그에 맞는 치료와 처방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비용을 부담합니다. 의사들의 치료 과정 하나하나에 이미 대가가 지불되는 셈이지요. 그런데도 그 결과물을 서류로 받아보려면 추가 비용을 내라, 이렇게 말하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필요 최소한의 발급 비용(인쇄지, 잉크 등 행정 비용)은 받을 수 있다 치더라도 1만 원~2만 원까지는 아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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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주장도 그렇습니다. 항의 메일을 보낸 의사 대부분이 ‘건축 설계사에게도 건축을 맡기면 건축 비용과 별도로 도면 제작비까지 낸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예를 드셨으니 저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대학교에서 발급하는 졸업 · 성적 증명서 얘기입니다. 대학 교수들도 의사 못지않은 전문가입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전문 지식을 강의하는 대신 학기당 한 번의 수업료를 받지요. 그것으로 끝입니다. 학기 내내 학생 하나하나의 리포트와 수업 태도를 진단하고 마지막에 성적을 내는 것까지가 교수들의 업무입니다. 수업료 따로, 성적 산출 비용 따로 받지 않습니다. 또 교수들의 전문적 지식의 결과물인 성적증명서와 졸업 증명서는 학생들의 취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적 서류입니다. 그만큼 교수와 대학이 책임을 져야 할 중요한 서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증명서 발급 비용 역시 더욱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진단서 같은 서류 발급 비용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게 사실입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지요. 역시 사회에서 전문가로 불리는 변호사 얘기입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습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쟁송에 발휘하는 대가이지요. 그 과정에서 모든 법률적 지식을 동원해 변론서를 작성하는데 변호사 역시 변론서 작성 비용 따로, 수임료 따로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계사가 도면을 작성하는 일도 공짜가 아닌데’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설계사가 며칠을 걸려 제작한 도면은 그 자체가 전문성이 농축된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그걸 받아든 고객이 맘에 안 들어 퇴짜를 놨다고 칩시다. 사용하지 않을 도면이니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야 될까요?

세 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환자는 매달 보험사에 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보장 받을 일이 있으면 개인정보에 관한 부분만 위임한 뒤 통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입퇴원 확인서와 진단서, 초진 기록부 등등 제반 서류들을 떼는 데 드는 비용은 당연히 보험사에서 지출해야 할 비용이지요. 이것을 환자에게 떠넘긴 보험사들 역시 ‘꼼수’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동의는 여기까지입니다. 환자든 보험사든 각종 병원 서류를 발급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의사들의 프레임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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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따로, 서류 발급 비용 따로’라는 공식이 왜 불변의 진리가 됐는지 따져보면 보건복지부 시행령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단서 등 각종 서류를 발급하면 돈을 받아도 된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법에 있으니까 의사들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왔을 겁니다. 그러나 역지사지로 환자들도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위해 진료비라는 의무를 부담한 거죠. 그 법에는 의사의 권리만 있고 환자의 권리는 실종된 것 같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병원 서류 발급 비용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부분으로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돈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보건복지부로선 예산을 지출할 필요가 없는 돈이고, 병원으로서는 바로바로 수입으로 직결되는 돈이라는 얘기입니다.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을 수 있지만 처남이나 처제는 안 좋을 수 있다는 게 저만 드는 생각일까요?

보건복지부는 전국 병원에서 진단서 같은 서류가 얼마나 발급되는지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습니다. 각 병원에 현황을 물어보니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라면 이제라도 서류 발급 건수와 그 비용을 떳떳하게 공개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게 맞는 일이 아닐까요?   

최종편집 : 2012-10-16 14:37

출처: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43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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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푼돈 벌이 입·퇴원 서류장사한다고?”

전의총, 'SBS 8시 뉴스보도에 발끈사과·정정보도 요청

기사입력시간 : 2012-10-15

 

전국의사총연합이 'SBS 8시 뉴스'가 의료기관이 환자들을 상대로 입·퇴원 서류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기자와 SBS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나섰다.

 

SBS는 지난 128시 뉴스를 통해 '병명 쏙 빼고 입·퇴원 서류장사환자들 분통'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서 A 기자는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 방안은)서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만원 미만의 소액 보험금을 청구할 땐 서류 떼는 데 돈이 안 들도록 재작년 중반부터 시행된 제도라면서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푼돈 벌이 서류장사 꼼수나 부리는 병원의 행태에 환자들의 입맛은 씁쓸하다고 보도했다.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 방안 시행으로 환자들이 소액 보험금 청구를 위해 입·퇴원서 발급을 요구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발급비용을 받지 않아야 함에도 여전히 받고 있어 환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전의총은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 방안은 의사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법안이나 제도가 아니다"라며 "강제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자가 입·퇴원서 발급비용을 받는 것을 일방적으로 비난해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이 방안을 금융감독원이 수립할 당시 오로지 보험가입자의 권익과 보험사의 이미지 제고만이 고려됐을 뿐 의료계와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원래 병명을 기재하지 않던 입퇴원 확인서나 통원확인서, 진료확인서, 소견서 등에 만약 병명을 기재한다면 이는 진단서와 동일한 법적인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간과됐다면서 지난 2007년 서울고등법원은 문서의 명칭이 소견서로 돼 있더라도 그 내용이 의사가 진찰한 결과 알게 된 병명이나 치료기간 등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면 진단서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지부에서도 보험회사 등에서 진단서 발급비용 납부를 회피하기 위하여 소견서 발급을 요청하는 경우, 이는 진단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이므로 일반 진단서 발급비용과 동일하게 청구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사들은 보험사가 요구하는 진단명이 기재된 서류가 아니라면 기꺼이 저렴한 가격에 발급해줄 의향이 있다""보험사들이 진정 금감원의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 방안을 충실히 추진하고자 한다면 20만원 이하 소액 청구금에 대해서는 영수증과 함께 진단명이 필요 없는 입퇴원 확인서 또는 통원확인서만으로도 보험금을 지급해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전의총은 SBS와 이를 보도한 A기자에게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2101500014




[김대중 칼럼] '정치 경험 없음'이 지지받는 이유 [서른살 기자]사설 및 시론

기성정치·정당에 대한 실망이 '없음'을 '새로움'으로 인식시켜
끼리끼리 폐쇄적으로 갈라먹고 권력 다툼으로 가는 것에 식상
정당정치 全직업·계층에 개방해 활발하고 양성적인 정치 확산을

 김대중 고문
이번 대선을 두고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박근혜를 좋아하는 이유―박정희 딸이라서. 박근혜를 싫어하는 이유―박정희 딸이라서.'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노무현의 심복이라서. 문재인을 싫어하는 이유―노무현의 사람이라서.' '안철수를 좋아하는 이유―정치 경험이 없어서. 안철수를 거부하는 이유―정치 경험이 없어서.' 똑같은 이유 때문에 세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짝 갈라지는 특이한 현상을 패러디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안철수 후보의 '정치 경험 없음'이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가 '과거'에 투영돼 있는 데 반해 안철수 후보의 '정치 경험 없음'이 의외로 흡인력을 지니는 요즘 세태 때문이다.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 기성정치가 아닌 것에 대한 기대감이 그동안 '안 해본 것' '없던 것'을 '새로운 것'인 양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곧 안철수 진영이 노리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기성정치·기성정당의 효율성 문제로 귀결한다. 이 나라 정치를 50여년 이끌어 온 정당정치에 어떤 고장이 났기에 많은 사람이 '정치 아닌 것'의 실험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무소속 대통령'의 허구성이 여러 번 지적돼도 여론조사에 별로 먹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기성정치·기성정당의 구조가 폐쇄적인 데다 끼리끼리 갈라 먹기 식(式)이고, 그래서 '고인 물'처럼 부식하기 쉽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그리고 기성정치가 국민의 아픈 곳을 다스리고 치유하기보다 자기들끼리의 권력 다툼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국민이 식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정당법은 공무원과 교원(敎員)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대학교의 교수나 강사는 예외로 돼 있어 선거철, 특히 대선 때만 되면 교수들이 판을 치는 사태가 벌어진다. 초·중·고의 교원과 공무원 등의 정당 가입 허용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제기됐지만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거부당해 왔다. 외국은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당 가입을 제한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이며 특히 선진국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전부 아무런 제한이 없다. 영국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소년의 정당정치 연습을 권장해 15세 이상이면 '영 컨서버티브(젊은 보수당) 클럽'이나 '영 레이버(젊은 노동당) 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정당정치를 개방하고 '정치'를 훈련할 필요가 있다. 정치와 정당을 모든 직업과 모든 계층의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가입하고 참여하는 오픈 시스템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미 교사·학생·공무원 조직이 사실상 정치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지 오래고, 실제로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배후 집단으로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우리는 법으로만, 형식으로만 그들의 정치 참여를 막는 불합리한 현실을 오래 답습해오고 있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있다. 이미 정당 가입이 허용된 교수들의 무분별한 집단 쏠림 현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고, 또 이들이 어느 것이 본업(本業)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잡스러운 '소리'들을 쏟아내는 것을 우리는 힘겹게 참아오고 있다. 또 이념적이거나 음모적인 요소가 개입돼 정치를 불순하게 몰고 가거나 우리 체제를 망가뜨리려는 위험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이런 부작용에 매달리는 데 급급해 모든 사회 집단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에서 오는 활발하고 양성적인 정치의 확산 또는 제동(制動) 역할이라는 긍정적 요인들을 묵살해왔다. 오히려 예상되는 여러 부작용과 부정적 요인을 우리의 업그레이드된 국민력으로 극복하는 시험도 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미 '뒤에서 하고 있는 것'을 '앞에서 터놓고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오히려 자체의 자제력과 상호 견제력이 발생해서 정치의 생활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대정신에 맞는다.

또 하나 기대해볼 것은 오늘의 정당정치 구조가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데서 오는 저질성을 정당을 오픈함으로써 극복하는 효과다. 직업 정치꾼이나 돈으로 권력을 사려는 정치상업인들만의 놀이터로 남겨두는 한 한국 정치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 가입을 넓게 허용하고 정치 진입을 용이하게 해서 사회 여러 집단의 정치 '예습'과 훈련을 가능케 하고 사회의 여러 지적(知的) 요소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할 때 우리 정치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정치를 '선수들끼리만 하는 것'에 한계가 왔다. 그래서 정치를 '관중에게도 개방하는 쪽'으로 이동할 때가 됐다. 우리 사회도 그만큼 성숙했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하자.




[서른살 기자] 페이지뷰에 중독되다. [서른살 기자]좌충우돌 취재일기

솔직히 말해 조회 수에 집착하는 기자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충분히 취재하고 누가 읽어도 성실히 쓴 기사라면 조회 수는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기자에게 조회 수는 '독자의 반응'이었다. 내가 쓴 기사를 천 명 혹은 만 명이 읽고 기사 아래 댓글이 달릴 때 그 쾌감은 '소통의 즐거움'처럼 다가온다.  이 쾌감을 한 번 맛보고 나면 미친듯이 기사거리를 찾게 된다. 그리고 고민한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기사가 무엇일까. 문제는 이런 고민을 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마감을 해야 하는 기자의 숙명이기도 하다. 어떤 기잔들 현장을 누비며 사소한 것까지 취재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기에 이때부터 꼼수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평범한 내용도 기사제목을 재밌게 뽑는 것이다. 보다 자극적이고, 언어유희를 살려,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밑밥을 던진다. 휙~ 



문제는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저엄. 다른 기자들과 데스크들도 함께 고민한다. 클릭 수가 많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봤다는 것이고, 광고와도 연결된다. 광고주들에게 관심 있는 것은 뉴스가 아니라 뉴스를 읽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과관계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포털에는 "충격", "경악", "깜짝" 등이란 단어들이 뉴스 제목을 도배하게 됐다. 

나 역시 요즘 조회 수에 관심이 많다. 내 기사를 추천하기도 하고, 트위터 및 페이스북 등 sns에 실어나르기도 한다. 마이너라서 그렇게해도 사실 큰 반응이 있진 않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보단 조회 수가 는다. 메이저 기자가 되면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되나? 자기 홍보를 본인 스스로 하는 것 만큼 쑥스러운 일이 어디있는가. 가뜩이나 움츠러져 있는 마이너 기자의 어깨는 오늘 더 움츠러든다. 
 



[피에타]김기덕 감독, 김수영과 닮았다. [서른살 기자]엉뚱한 비평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張勉)이란

관리가 우겨 대니

 

나는 잠이 깰 수 밖에

 

-김수영 <김일성만세>-

 

이 시를 읽을 때면 김수영과 함께 김기덕 감독이 떠오른다. 그 이유는 '김일성만세'라는 금기어처럼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 터부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덕'이란 이름 석 자를 떠올릴 때, 대다수 사람이 '불편하다'고 내뱉는 반응이 그러하다.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케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동물이 아니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김기덕은 '그래도 인간은 동물'이라고 외치니 불편할 수밖에.

 

특히 김기덕을 불편해하는 사람은 여성이다. <피에타> 및 몇몇 영화를 제외하곤 18편 영화 가운데 여성을 학대하고 가학적으로 대하지 않는 장면이 없다. <사마리아>, <나쁜남자>, <>, <파란대문>, <아리랑>에 이르기까지 그 방식도 다양하다. 여성단체들은 김기덕을 향해 '남성우월주의'에 절어있는 대한민국 남성의 극단주의라고 비판한다. 여성들의 분노는 성을 사는 남성들의 시선처럼 여성을 바라보는 김기덕의 시선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데서 비롯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김기덕이 엄마나 여자 친구에게 당한 성적학대가 트라우마로 남아 영화 속에서 복수를 하는 게 아닐까 지레짐작했었다.



그런데 김수영 알게 되면서 김기덕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김기덕의 영화와 그 속에 여성들 그리고 성에 대해 말이다. 김기덕의 영화에서 남성은 여성을 비하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망나니지만 구원을 얻는 것은 여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김기덕에게 여성과 섹스란 어쩌면 사랑과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해석이라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자기성찰을 위해 만든 영화라면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무슨 말이냐. 김기덕의 영화가 난해한 것은 자신의 언어로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김기덕은 시인과 닮았고, 그의 영화는 시와 닮았다.

 

강신주 박사의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시는 소설이나 희극처럼 단순한 문학 일반에 속하는 하나의 장르가 아니다. 시는 문학의 가능성이다. 형식도 모방하지 않고 내용도 모방하지 않아야 시가 된다. 그렇다 시는 글로 표현된 자유정신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는 난해하단 인상이 든다. 형식이든 내용이든 일체 외적인 것으로부터 단절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니까 느끼고 욕망하고 생각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시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인이 그렇듯이 김수영도 불친절하다. 시인에게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독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아니라 철저한 자기 이해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쓰고 싶었던 자신에게 철저한 글, 즉 시가 어떻게 친절할 수 있겠는가. 다른 장르의 글과 달리 시는 자신이니까 쓸 수 있는 글,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글이다. 시를 읽는 것은 당연히 나와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속내와 그 삶을 읽는 것이다. 어떻게 타인의 속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김기덕 감독이 영화 속에 여성과 섹스가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가 성도착증, 사디즘, 마조히즘과 같은 정신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본능인 사랑과 그 사랑을 확인하는 매개가 섹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은 왜 저런 불편한 모습을 영화에 담을까하고 그를 외면했지만, 그는 외면하는 당신이 아닌 자신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시와 같이 난해한 김기덕 영화가 고국이 아닌 프랑스나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은 아마도 이런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우리의 수준 차일 테다.

 

자신의 내면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더 중시여기며, 내 생각보다 주어진 틀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데 익숙한 우리에게 김기덕은 풀리지 않은 숙제다. 반면 자기내면을 성찰하는 데 익숙하고, 이를 통해 의견을 피력하고 토론하는 데 익숙한 서양인들에게 김기덕 영화는 재밌는 프레젠테이션일 듯하다. 김기덕의 이야기가 옳고 그른지를 분간하기 전에 그의 영화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교육을 통해 습득했기 때문이다. 불편한 김기덕이 그들에겐 불편하지 않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김기덕의 영화는 '한 편의 시'라고 정의하고 싶다. 영상과 이미지로 구현된 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텍스트가 아닌 시 말이다. 김수영이 당대인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처럼 김기덕도 우릴 불편하게 만든다. 김수영은 시를 통해 자기성찰을 시도했고, 김기덕도 그러하다. 둘은 그래서 예술가이며, 동시대인에게 사랑받기 힘든 존재들이다. 시대를 앞선 사람들인 셈이다.

 

ps. 나는 <피에타>를 보기 전 꼭 <아리랑>을 볼 것을 추천한다.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자학 속에 피어나는 예술의 꽃… 신이여, 고통을 주소서 [서른살 기자]이 기사 좋아요!

이번에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두고 여전히 “불편하다” “여성에 대한 가학적 시선이 변하지 않았다”라는 평가가 있지만, 이 영화는 정반합의 고통스러운 변증법을 경유한 김기덕 예술세계의 분명한 진화이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무척 공교로운 현상 하나를 발견한다. 그가 직접 ‘주연배우’로 나선 영화를 선보인 뒤 그 이듬해에 내놓는 영화는 예외 없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2004년 한 해 동안 ‘사마리아’와 ‘빈집’으로 베를린과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을 받은 순간으로 되돌아가 보자. 그 한 해 전인 2003년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내놓으면서 가학과 피학의 핏빛 세계를 통해 세상을 향해 불만을 토해 내던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김기덕은 차오르는 분노를 우물우물 씹어 죄책감으로 만들어 삼키면서 스스로를 구원하려 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인다. 한 해 뒤에 만든 ‘사마리아’와 ‘빈집’에서 그의 인장이나 다름없는 불편한 살육 장면이 눈에 띄게 줄면서 희생과 구원의 메시지가 부쩍 강조되는 것은 ‘분노하고→치유하고→스스로를 구원하는’ 김기덕의 내면적 진화 과정의 판박이다. 

이후 김기덕은 ‘활’(2005년) ‘시간’(2006년) ‘숨’(2007년) ‘비몽’(2008년) 등을 내놓지만, 그는 더는 새로운 발언을 하는 데 실패한다. 바로 이때, 그에게 쇼크에 가까운 변화가 찾아왔다. 자신이 각본을 쓴 ‘풍산개’의 연출을 맡기로 했던 수제자 장훈 감독이 자신을 떠나 메이저 투자배급사와 손잡고 ‘의형제’를 만들면서 출세한다. 그는 이를 배신으로 여겨 분노에 떨었다. 산속으로 들어가 수년간 홀로 살면서 급기야 ‘폐인’이 되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진화한 내면이 보이는 영화 ‘피에타’. 뉴 제공

김기덕은 자신의 황폐한 처지를 셀프카메라로 담아 2011년 ‘아리랑’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다시 돌아왔다. 좌절을, 패배감을 예술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후 내놓은 ‘피에타’가 자본주의의 참혹한 현실을 꼬집은 것은 어쩌면 제자를 훔쳐간 장본인이라고 믿는 그 ‘자본주의’에 대한 복수심의 표현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피에타’에서 그는 그저 욕구불만을 표출하는 ‘루저’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기덕은 스스로 치유하고 또 극복한다. 가학을 통해 사랑하고, 사랑을 통해 복수하고, 피학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는 영화 속 인간들의 모습은 바로 자신의 내면이요, 영혼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예술은 자학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예술가에게 결핍과 분노는 피와 살이다. 화가 이중섭은 찢어지는 가난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 속에서 버려진 담뱃갑 속 은박지를 못으로 긁어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예술적 영혼을 불태웠다.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가 극장가에서 반짝 인기를 끌며 손익분기점인 관객 30만 명을 막 넘어섰지만, 그는 다음 작품에 대한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을 절대로 기대해선 안 된다. 그가 아무리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꾸려 해도, 그의 다음 작품은 여전히 극장가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반응을 얻을 것이고, 그는 또 제작비를 조달하기 위해 ‘똥끝’이 탈 것이다. 그는 또 상처받고, 죽을 것처럼 분노할 것이며, 어쩌면 숙명처럼 또다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그것이 예술가의 길이다. 현실이 비루하고 뇌가 빠개질 것처럼 고통스러울수록 예술은 더욱 신(神)을 향한다. 피에타! 신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예술가여, 고통에 감사하라.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의대생신문] 의대생, 응답하라 1972 [서른살 기자]이 기사 좋아요!



-이런 기사는 의대생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아이템인듯...재밌다. 

돼지는 행복해야 한다… 구제역, 살처분, 유럽은 ‘동물복지’를 택했다 [서른살 기자]이 기사 좋아요!


저 사진 속 ‘웃고’ 있는 돼지는 충북 단양에 산다. 태어난 지 두 달쯤 지나 적성면 각기리 단양유기농원에 왔고, 그때부터 980만 마리가 넘는 한국 돼지들 중에서 조금 다른 삶을 누리고 있다. 이 농장 돼지 1200마리는 모두 돼지고기로 식탁에 오를 비육돈이다. 이 녀석이 다 자라서 도축장을 거쳐 마트 정육코너에 가면 이런 이름이 붙어 진열된다. ‘행복한 돼지’. 이 브랜드를 개발한 단양유기농원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동물복지형 양돈농장이다.

돼지의 5대 자유

구제역이 처음 발병한 경북 안동에서 자동차로 불과 40분 거리에 이 농장이 있다. 11일 오전 10시쯤 입구에 도착하니 굳게 닫힌 철문 안에서 강유성(65)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로 취재 요청을 할 때 “방문 전 최소 사흘간 절대 다른 농장에 간 일이 없어야 문을 열어 줄 수 있다”고 다짐한 터였다.

농장 밖에 차를 세워두고 철문 안에 들어서니 강 대표가 곧바로 밀폐된 작은 가건물로 안내했다. 붉은빛의 자외선 살균기 밑에서 몸을 소독하고 방역복을 입는 동안 그는 “단양은 아직 구제역이 안 왔는데, 그래도 초긴장 상태예요. 우리도 한 달 넘게 여기서 못 나가고 있어요”라고 했다.

4000평 농장에는 축사 세 동이 있다. 각각 길이 32m에 폭 13m 공간이 칸막이 없이 뚫려 있다. 들어서니 돼지들 행동이 제각각이다. 급수기 꼭지를 빨아 물 마시는 놈, 사료통에 머리 박고 밥 먹는 놈, 20㎝ 두께로 푹신하게 깔린 톱밥 위에 누워 자는 놈…. 눈길을 끄는 것은 축사 안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대여섯 놈이다. 다 큰 돼지가 참 빠르게도 뛴다.

“밥 먹는 시간이 따로 없어요. 물도, 사료도 모두 무제한 자동 공급됩니다. 돼지들이 먹고 싶을 때 먹고,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뛰어놀다가 배고프면 또 알아서 먹는 거죠. 날씨 따뜻할 땐 밖에 나가서 놀기도 하고요(사진처럼 축사 옆에 꽤 너른 풀밭이 있다). 효소 섞은 톱밥을 깔아서 분뇨는 냄새 없이 발효돼요. 이걸 수시로 수거해서 퇴비로 친환경 농가에 팔아요.”(강유성 대표)

강 대표는 경기도 여주에서 5년간 양돈을 하다 2005년 이곳으로 옮겼다. 여주에선 다른 농장처럼 밀집사육이었는데, 독일로 축산연수를 가서 방목하는 돼지를 보고 이런 개방형 농장을 시도했다. 돼지들의 ‘복지’를 위해 뭘 해주냐고 묻자 돼지의 ‘5대 자유’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①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②불편으로부터의 자유 ③고통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④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⑤공포와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동물복지(animal welfare) 개념은 1964년 영국에서 ‘동물 기계(Animal machines)’란 책이 발간되면서 구체화됐다. 저자 루스 해리슨은 꼼짝달싹 못하게 좁은 공장식 농장에서 단지 고기가 되기 위해 밀집사육되는 소 돼지 닭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듬해 영국 정부는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WC)를 구성했고, 이 위원회가 79년 발표한 게 가축에게 보장돼야 할 ‘5대 자유’다.

“물과 사료를 많이 준다고 다가 아니에요. 2시간마다 순찰하면서 사료통은 깨끗한가, 물은 잘 나오나 살핍니다. 돼지도 서열이 있고, 이지매가 있어서 먹이가 많아도 약한 놈은 잘 못 먹어요. 그래서 사료기를 일반 농장보다 15% 많이 설치했어요. 싸우지 말라고.” 이것은 ①번 자유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가 무항생제 1호 양돈농장이에요. 밀집사육은 호흡기 생식기의 세균성 질병이 많아서 사료에 항생제를 섞어 먹입니다. 항생제 없이 면역력을 갖추려면 위생과 운동밖에 답이 없어요. 그래서 농림수산식품부기준보다 세 배쯤 넓은 공간을 주고 톱밥 축사를 만들었어요.” ③번과 ④번 자유에 해당한다.

일반 농장을 관리하다 두 달 전 이곳에 왔다는 조금종(50) 이사는 “사람이 축사에 들어가면 돼지들이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곁에 몰려드는 게 일반 농장과의 차이”라며 “돼지 1200마리면 보통 50마리 정도는 늘 병에 걸려 격리되는데, 여긴 서너 마리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의 경제학

2001년 2월 19일 영국 남동부 에식스 주의 한 도축장에서 돼지 27마리가 구제역 증상을 보였다. 다음 날 확진 판정이 나왔고, 지금 한국에 퍼져 있는 ‘O형 바이러스’였다. 살처분과 긴급 방역이 시작됐지만 한 달도 안 돼 스코틀랜드까지 감염됐다. 바이러스는 바다를 건너 아일랜드 네덜란드 프랑스로 번졌고, 같은 해 10월 소멸될 때까지 소 양 돼지 6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피해액은 약 10조원.

이 사태의 진행 과정은 이랬다. 첫 확진 판정이 나왔을 때는 이미 57개 농장에서 의심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확진 나흘 뒤에야 가축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영국은 67년 이후 34년 만에 구제역을 만난 터다. 방역매뉴얼은 ‘농장 10곳 동시 발병’을 상정한 것밖에 없었다. 수의사가 부족했고, 추운 날씨에 급속히 퍼지는 바이러스를 따라잡지 못했다.

살처분 방법은 매몰이 아닌 소각이었다. 안락사시킨 가축을 들판에 쌓아놓고 태우는데, 미처 숨이 끊어지지 않은 돼지들이 깨어나 몸에 불이 붙은 채 날뛰곤 했다. 이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살처분의 잔혹함이 도마에 올랐다. 초동대처 실패, 허술한 방역체계, 부족한 인력, 살처분 논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발병 추이가 한풀 꺾였던 같은 해 5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유럽연합(EU) 농업장관 회의가 열렸다. EU 의장국이던 스웨덴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농업의 위기다. 동물복지를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하겠다.”

그리고 6년 뒤인 2007년 9월,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장. 자동차를 비롯해 굵직한 쟁점들을 챙겨 갔던 한국 협상단에게 EU 측은 돌연 이런 카드를 내밀었다. “한국에선 돼지나 닭이 학대받는다. 공장식 밀집사육인데다 도축 과정도 불투명하다. 동물복지가 보장되지 않은 축산물은 수입할 수 없다.”

동물복지 정책은 동물도 ‘감각이 있는 존재(sentient beings)’라는 철학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국제통상의 이슈가 돼버렸다. 동물의 복지가 사람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유럽은 2001년 구제역 사태를 겪은 뒤 동물복지 정책을 대폭 강화하며 이 흐름을 주도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이황 연구사는 최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각국 검역 담당자들과 구제역에 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주제는 ‘당신이 검사한 가축에서 구제역 증상이 나왔다면 어떻게 하겠나’였어요. 유럽 참석자들은 가장 먼저 농장주가 받을 심리적 충격을 말하더라고요. 충격이 클 테니 농장에 머물게 할지, 심리치료사를 붙여줄지부터 고민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살처분을 얘기하는데 돼지가 자돈(새끼)이냐 비육돈이냐 모돈(어미)이냐에 따라 다른 방법을 제시하더군요. 자돈은 주사로 안락사시키면 되지만, 비육돈은 머리와 심장에 전기를 흘리는 게 타액 분비와 혈액 노출이 없어서 오염이 덜하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었어요.”

EU는 2006년 가축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사용을 못하게 했다. 내년부터 지나치게 비좁은 닭장, 임신한 돼지가 앉았다 일어서는 것 외엔 움직일 수 없는 ‘스톨 사육’을 전면 금지한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등 국토가 좁은 나라는 가축분뇨 발생량 등을 제한해 사육두수를 조절하고 밀집사육을 억제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를 주도하며 사육 운송 도축 가공 등  모든 분야의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한·EU FTA 협상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 8월 입법예고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29조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위한 조항이 담겼다. 사육환경을 동물복지 기준에 맞춘 농장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닭장(산란계) 문제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마리당 사육면적이 A4 용지 1장 크기밖에 안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소는 상대적으로 사육면적이 넓은데 돼지가 문제예요.”(농식품부 관계자) 

국립축산과학원 전중환 연구사는 농식품부의 의뢰를 받아 동물복지 양돈농장 인증기준을 만들고 있다. 초안이 완성됐고 좀 더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그는 “임신돼지 스톨 사육을 못하게 하는 등 영국 동물보호협회(RSPCA) 기준을 최대한 참고했다. 현재 이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농가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역과 동물복지

2002년 1월,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WC)는 영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보고서 ‘2001년 구제역 사태와 동물복지-미래를 위한 교훈’을 작성했다. 이런 내용이 담겼다.

‘구제역 긴급방역 훈련이 매년 실시돼야 한다. 발병 즉시 투입될 수의사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 돼지 살처분에는 고통이 적은 도살용 충격기(captive bolt stunner·금속봉을 머리에 발사해 기절시키는 장비) 사용을 권한다. 양에게도 이 장비가 효과적인지는 좀 더 연구돼야 한다… 살처분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백신 접종이 배제돼선 안 된다(영국도 당시 살처분을 고수하다 뒤늦게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을 맞아도 가축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소비자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

동물복지 관점에서 구제역 사태를 바라본 FAWC의 28개 권고사항을 영국 정부는 상당부분 정책에 반영했다. 하지만 그 뒤로 지금까지 구제역 발병이 거의 없어 이 매뉴얼을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 한국동물복지학회장인 전남대 수의학과 강문일 교수는 동물에게 방역시스템이란 사람의 의료보험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영국 구제역은 34년 만이었죠. 우리나라는 2002년 안성에서 발생했다가 8년 만에 찾아왔어요. 경제논리로 따지면 이렇게 가끔 오는 가축 질병 때문에 지자체마다 혈액검사 설비를 마련하고, 충분한 방역인력 확보하고, 유효기간이 1∼2년인 약품을 상비하는 건 비효율적이죠. 그런데 이런 방역시스템은 의료보험 같은 거예요. 가축들이 사는 데 꼭 필요하고 흔들리면 대혼란이 오는, 복지 중에도 가장 기본적인 복지입니다. 우리가 의료보험 같은 복지를 경제논리로만 따지진 않잖아요? 가축을 상품으로만 생각해선 구제역 재발을 막을 수 없습니다.”

단양=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출처: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 page=1&gCode=all&arcid=0004529884&code=14190000
2011.01.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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