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르포] 종묘공원의 노인 성매매, 폐지 주울 바엔 할아버지와… [서른살 기자]이 기사 좋아요!

▶ 박카스 할머니’들은 자꾸 말을 붙이는 기자가 “경찰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소설가인가 싶었다”고 말하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단속의 대상이거나 호기심의 대상일 뿐인 할머니들의 낯빛은 종묘공원의 할아버지들과 이야기를 할 때 잠시나마 편안해졌습니다. 평생 고단한 삶을 살아온 할머니들이 종묘공원 밖,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실컷 얘기나 하자는 사람,
손만 잡고 있자는 사람,
씻겨달라는 사람도 있고요”
외로운 할아버지와
궁핍한 할머니의 만남을
그들은 ‘연애’라고 부른다

“할머니들이 대개 아파요
몸이 아프니까 일도 못하고
치료받아야 하는데 돈은 없고
딱해요, 다 먹고살려는 거죠
그러나 단속을 안 할 순 없고…”

가을 햇살이 투명했던 지난 10월16일 늦은 오후,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들이 빼곡히 들어찬 종묘공원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었다. 너른 공원의 중앙광장은 바둑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들의 차지였다. 100개가 넘는 바둑판을 곳곳에 깔아 놓고 하루 종일 바둑을 두거나 옆에서 훈수를 둔다. 정치 이야기를 하려면 공원 가장자리로 가야 했다. 여당 지지자들은 공원 동쪽, 야당 성향의 할아버지들은 남서쪽에서 무리를 지어 나라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종묘공원의 규칙이 배정한 할머니들 자리는 공원 밖 화단이었다. 공원 안에서는 볼 수 없던 60~70대 할머니 예닐곱명이 입구 화단에 걸터앉아 있었다. 분을 바른 얼굴에 립스틱을 바르고 아이섀도로 눈화장을 한 할머니들은 차림새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오후 5시께 해가 기울면서 우르르 공원을 빠져나가는 할아버지들을 바라보며 진주목걸이를 한 마산댁 정아무개(77) 할머니는 “오늘도 공쳤네, 공쳤어”를 연발했다.

성매매 여성의 15%가 70대 이상

마산댁을 비롯한 할머니들은 할아버지를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다. 할머니들은 호객행위를 단속하는 종묘광장관리소를 피해 공원 입구 화단에서 할아버지들을 기다린다.

이날 할머니들은 오후 1시부터 종묘공원 입구 화단에 나와 있었다. 2시가 가까워지자 종로3가역에서 종묘공원으로 향하는 할아버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몇몇 할아버지가 공원에 들어가다 말고 멈춰 서서 할머니들과 수다를 떨었다. 한 할머니는 이야기가 잘 풀렸는지 오후 2시가 채 되기도 전에 비슷한 연배의 할아버지 한 명과 나란히 종로 뒷골목으로 걸어갔다. 약수동 김아무개(73) 할머니는 “종로3가 뒷골목에 가면 5000원만 받는 여관이 많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이름 대신 별명으로 서로를 부른다. 마산댁, 약수동, 남산, 모자 할머니는 서로에게 먼저 말하지 않은 삶을 캐묻지 않는다. 모자 최아무개 할머니는 “그런 거 자꾸 묻지 말라”며 나이도 얘기해주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를 대하는 스타일은 제각각이었다. 약수동 할머니는 할아버지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다. 이것이 마지막 자존심인 듯 “지나가는 할아버지들이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라며 알아서 돈도 주고 밥도 사준다”고 새침하게 말했다. 얘기를 함께 듣고 있던 다른 할머니는 “만날 그 소리를 한다”고 약수동 할머니를 타박했다.

남산 김아무개(72) 할머니도 먼저 말을 걸지 않고 그냥 기다린다. 김 할머니는 보청기를 껴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귀가 안 좋아 대화를 꺼린다. 마산댁 할머니는 지나가는 할아버지들에게 먼저 가벼운 농을 한마디씩 던질 줄 알았다. “마산댁은 입담이 좋아 단골이 많고 돈도 잘 번다”고 약수동 할머니가 귀띔해줬다.

서울 혜화경찰서 자료를 보면, 올해 종묘공원 일대에서 단속한 성매매 호객행위 56건 가운데 60대가 28명, 70대가 7명이었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40~50대는 지하철역을 거점으로 일하고, 공원 쪽에는 할머니들이 많다”고 말했다. 종묘광장관리소의 김진수 단속반장은 “2007년에도 28년생, 23년생이 단속되기도 하는 등 70대 이상 할머니의 성매매는 오래된 일”이라며 “종로 일대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 200여명 중 15% 정도가 70대 이상 노인”이라고 추정했다.

할머니들은 운이 좋아야 하루에 한번이나 성공할까, ‘공치는 날’이 많다. “누가 우리 같은 늙은이를 좋아하겠나?” 마산댁 할머니가 말했다. “그래도 찾는 할아버지들이 있지 않냐”고 물으니 “우리는 싸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성매매를 원하는 할아버지들이 주로 찾는 곳은 공원이 아니라 인근 전철역이다. 전철역 안팎에서 40~50대 중년의 ‘박카스 아줌마’들이 전철을 타고 내린 할아버지들을 선점한다. 이 전철역 근처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많이 벌 때는 (한달에) 200만원 정도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런 소문이 난 덕인지 최근에는 40~50대 재중동포 여성들도 이 전철역으로 모여든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3년 전부터는 힘든 노동을 하다가 몸을 다친 조선족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원에서 만난 차아무개(73) 할아버지는 “젊은 여자는 최소한 3만원인데 할머니들은 2만원”이라며 “젊은 여자가 잡아끌면 모른체하고 할머니들이 잡아끌면 못이기는 척 따라간다”고 말했다. “돈이 없는 노인네가 할머니들을 찾어.”

‘5천원짜리 여관’ 대신 멀리 가는 이유

할머니들은 운이 좋아야 하루에 한번이나 성공할까, ‘공치는 날’이 많다.
“노인네는 노인네들끼리 통하지.” 종묘공원에서 만난 김아무개(75) 할아버지는 달랐다. 그는 젊은 사람보다 자기 연배의 할머니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실컷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젊은 여자들은 빨리 끝내고 가려고 해. 그런데 할머니들이랑은 실컷 떠들고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어. 집에 있으면 누가 말 걸어주나? 그냥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좋지.” 김 할아버지는 “이것이 우리 방식의 연애”라고 말했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성매매를 ‘연애’라고 불렀다. 성매매나 매춘 같은 용어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 할머니들의 일은 ‘장사’와 ‘연애’의 경계에 서 있다. 남산 김 할머니는 “여관에 가서 씻겨달라는 사람, 손잡고 그냥 같이 누워 있자는 사람, 그냥 안고 자자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한푼 보탬이 안 돼도 할아버지들의 넋두리를 귀찮아하지 않았다. 엊그제 막내 동생을 땅에 묻은 최아무개(78) 할아버지는 속상한 마음에 친구랑 대낮부터 술을 한잔 걸치고 혼자 종묘공원을 찾았다고 했다.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공원에 나와 할머니들이랑 수다나 떨다 가는 거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속상한 마음 하소연할 데도 없잖아.” 할아버지 옆에 앉은 유아무개(69) 할머니는 “많이 속상한가봐” 따위의 말을 하며 할아버지를 위로했다.

함경북도 함흥이 고향인 황아무개(81)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에 노인네가 갈 데는 여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인 먼저 보낸 게 27년 전이야. 어떻게 외롭지 않을 수 있겠어.” 그는 할머니들과 종종 ‘연애’를 한다고 했다. “여기라도 나와야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나누지. 어디 딴 데 갈 데 있으면 좀 알려줘봐.”

양복에 중절모까지 쓴 어느 80대 할아버지는 이날 선물로 받았을 법한 포장 떡 세트 하나를 가져와 할머니들에게 나눠줬다. 할머니들을 발견하고는 불쑥 오천원이고 만원이고 쥐여주는 할아버지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연애는 그리 떳떳한 것이 못 된다. “쟈는 여기 오래도 있는다. 3년 됐나? 저기 정 순경 말이야.” 멀리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복경찰이 보이자 할머니들의 말수가 줄었다. 올해 들어 종묘공원 성매매 단속이 강화됐다. 혜화경찰서 자료를 보면,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7건에 그쳤던 종묘공원 성매매 단속 건수가 올해만 56건이다. 종로경찰서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평균 4건을 단속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65건을 적발했다.

이렇다 보니 할머니들은 5000원만 내도 되는 근처 여관을 가지 못하고 멀리 종로6가 쪽에 있는 여관으로 간다. “한번 걸리면 할아버지들이 아예 안 와, 안 와.” 마산댁 할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할머니들이 자주 찾는 종로6가의 ‘ㅌ여관’ 사장은 “예전엔 가까운 여관으로 갔는데 요즘엔 단속을 피해서 이쪽으로 자주 온다”며 “할머니들이 데려오는 손님에 따라 만원도 받고 2만원도 받는다”고 했다.

“단속해서 조사해보면 할머니들이 대개 아프세요. 몸이 아프니까 일도 못하고,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는 없고…. 사정이 다 딱해요. 다 먹고살려고 나와 있는 거죠.” 혜화경찰서에서 종묘공원 성매매 단속을 맡고 있는 한 경찰은 “단속을 안 할 수는 없다”며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사람처럼 답답해했다. 경찰은 주로 호객 행위를 단속하는데, 이럴 경우 5만원가량의 벌금이 나온다. 한달에 평균 50만원가량 버는 할머니들에게 벌금 5만원은 무서운 돈이다.

가장 중요한 고리는 여성 노인의 빈곤

할머니들은 그래도 종묘공원 입구 화단으로 출근한다. 아침 일찍 나왔지만 하루 종일 공친 탓에 저녁이 되도록 쫄쫄 굶은 마산댁 할머니는 2500원짜리 짜장면을 양념까지 싹싹 긁어 먹으며 말했다. “젊었을 때 돈 많이 벌어. 늙으면 써주는 데도 없어.”

모자 할머니는 3개월 전부터 종묘공원에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일하던 식당에서 김장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친 뒤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할아버지들이 가끔 이런 일 하지 말고 자기 집에 와서 집안일이나 도우라는데 몸이 성치 않아서 이제 그런 일도 못해.”

남산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는데다 몇 해 전 늑막염 수술을 한 뒤 거동이 불편해 다른 일은 할 수 없다. 약수동 할머니는 “폐지 같은 건 하루 종일 주워봐야 몇천원 못 버는데 그걸로는 생활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할머니들에게 성매매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다.

남편은 없지만 자식이 있는 탓에 복지 혜택을 받는 것도 여의치 않다. 젊은 시절 남편과 헤어지고 반평생을 혼자 산 마산댁 할머니는 경남 마산에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격을 얻지 못했다. 마산댁 할머니의 아들은 막노동을 하다 사고를 당해 몇년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손 벌릴 수 없지.” 마산댁은 기초노령연금 9만원과 성매매로 번 돈으로 집세 10만원과 생활비를 충당한다.

남산 할머니는 직장이 없는 늦둥이 백수 아들 하나와 함께 산다. 약수동 할머니의 아들은 용돈을 보내주지만 그걸로는 매달 집세조차 내기 어렵다.

종묘공원의 ‘박카스 아줌마’를 연구한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할머니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젊은 시절 성매매 경력이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라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 성매매의 가장 중요한 고리는 노인 빈곤의 문제이며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13.5%) 중 가장 높다.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47.2%(OECD 평균 15.2%)로 남성 노인의 빈곤율 41.8%(OECD 평균 11.1%)보다 높다.

남 교수는 “실제 생활이 어렵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어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은 자신의 소득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매매로까지 내몰리게 된다”며 “부양의무자 제도를 점차적으로 축소해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선 센터장은 “고령화 대책 예산의 대부분은 병든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보험에 투입돼 건강하지만 실제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은 복지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노인들 대부분이 건강하고 활동성이 높은 현실에 맞는 고령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98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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